언어의 경계를 넘는 독서, 퀴어 수어와 책의 만남

며칠 전 한겨레에서 읽은 기사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성소수자 수어’를 아시나요…퀴어작가들, 북촌에 비엔날레급 전시판’이라는 제목이었다. 평소 독서와 언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수어라는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어떻게 문학과 예술로 확장되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만들어진 고유의 수어 표현들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미지: 퀴어 수어 전시장 전경]

이 현상은 단순히 전시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서와 큐레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종이에 인쇄된 문자로만 이뤄지지만, 수어는 몸과 공간을 활용한 언어다. 한겨레 분석에 따르면 퀴어 수어는 기존 한국수어에 없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내며, 이는 곧 새로운 서사와 문학적 표현의 장을 연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지금 주목받을까? 첫째, 사회적 소수자의 언어가 공식적인 예술 영역으로 진입하는 흐름이다. 둘째,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시각적·촉각적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수어와 같은 비문자적 언어가 가진 예술적 가능성이 재발견되고 있다. 셋째, 독서의 정의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읽는다’는 것이 더 이상 문자 해독에 국한되지 않고, 몸짓과 공간을 해석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수어로 된 시 낭독 장면]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수어 시 낭송이나 수어 동화 구연 같은 시도가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청각장애인 작가의 수어 퍼포먼스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번 북촌 전시는 그러한 흐름을 비엔날레급 규모로 끌어올린 사례다. 전시에는 퀴어 수어를 활용한 영상 시, 수어 동화책,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등이 포함되어, 관객이 직접 몸으로 언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미지: 전시장에서 수어를 배우는 관객]

이러한 변화는 독서 큐레이션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기존의 독서 추천은 주로 문자 텍스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와 언어 형식을 아우르는 큐레이션이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책을 추천할 때 그 책의 주제와 관련된 수어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멀티모달 북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해, 청각장애인 독자를 위한 점자책과 수어 영상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도서관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이미지: 멀티모달 북큐레이션 예시]

앞으로 독서의 지형은 더욱 다층적으로 변할 것이다. 언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책은 더 이상 읽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보고, 듣고, 몸으로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달 북촌 전시장을 직접 찾아가 수어 시를 몸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언어를 발견하는 독서, 그 새로운 지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