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날, 책 한 권 펼친 이유

어제는 6·3 지방선거일이었다. 출근길 투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녁, TV를 켜니 예능과 드라마 대신 개표방송이 흐르고 있었다. 무심코 리모컨을 내려놓고 책장으로 손이 갔다.

[이미지: 투표소 풍경]

사실 지방선거는 중앙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덜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선거 방송 지배’다.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까지 개표방송을 틀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TV 앞을 떠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라스’와 ‘유퀴즈’ 같은 인기 예능도 이날 결방했다고 한다. TV가 선거에 집중하는 동안, 나는 반사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왜일까? 어쩌면 TV가 제공하는 ‘실시간 정보’의 피로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개표방송은 끊임없이 숫자와 분석을 쏟아내지만, 그 속도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느린 매체인 책이 주는 안정감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미지: 책 읽는 손]

이런 현상은 선거 시즌마다 반복된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도 도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사람들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듯하다. 나도 그렇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책장을 넘기며 잠재운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주에 읽은 ‘완득이’가 생각난다. 김려령 작가의 이 소설은 다문화 사회의 단면을 따뜻하게 그린다. 선거철이면 다문화 정책에 대한 공약이 오가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통계 속 숫자로만 남기 쉽다. 『완득이』는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의 냄새와 온기를 전해준다.

[이미지: 완득이 책 표지]

이처럼 책은 선거와 같은 거대한 이벤트 속에서도 개인의 시선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 물론 모든 사람이 선거일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TV가 침묵하는 그 시간이 오히려 독서의 기회가 된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미디어 환경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선거 방송을 피해 유튜브나 OTT로 가는 사람도 늘겠지만, 책이라는 옛 매체의 가치는 오히려 재발견될 것이다. 특히 짧고 빠른 콘텐츠에 지친 이들에게, 한 권의 책은 느리지만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커피와 책]

투표는 끝났지만,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는 여전히 많다. 오늘도 나는 책장 한 권을 꺼내든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읽는 순간만큼은 나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으니까.

[이미지: 선거 이후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