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OTT 플랫폼을 둘러싼 뉴스가 심상치 않다. 최근 티빙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많은 이용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티빙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OTT 신뢰도 흔들리나라는 기사에서도 지적하듯, 대규모 유출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플랫폼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흔든다. 나도 평소 넷플릭스와 티빙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이 소식을 접하고는 문득 ‘내가 이 플랫폼에 맡긴 데이터는 안전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책에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없다. 종이책은 내가 읽는 동안에도 내 취향을 분석하지 않는다. 전자책 리더조차 오프라인 모드로 켜두면 연결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내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OTT 시장의 급속한 확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업들은 속도전에 치중하다 보안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둘째,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미흡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플랫폼의 수익 모델 자체가 사용자 데이터에 의존하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사례를 들어보자. 며칠 전 나는 직장 동료와 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요즘은 책이 제일 안심된다”고 말했다. 그 동료는 평소 유튜브 프리미엄과 왓챠를 동시에 구독하던 사람인데, 이번 사건 이후 두 서비스를 모두 해지하고 대신 도서관 대출을 늘렸다고 한다. 그가 꺼낸 책은 최근 화제가 된 ‘메타버스 시대의 프라이버시’라는 에세이였다. 디지털 환경에서 내 정보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으로 연결된 모양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OTT 업계는 보안 투자를 늘리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지만, 한 번 깨진 신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반면 출판 시장은 ‘오프라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몇몇 서점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코너를 운영하며 책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미지: 독서하는 사람과 OTT 화면이 대비되는 이미지]
물론 나는 OTT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여전히 좋은 콘텐츠가 많고, 시간 대비 효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종이책 한 권을 펼쳐드는 것이다. 화면이 아닌 종이 위에 적힌 글은 아무도 추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OTT를 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취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두 세계를 오가며 자신에게 맞는 균형을 찾고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안정감, 그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한 권의 책을 집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