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리랑이 던진 질문, 우리는 왜 공연에 열광하는가

며칠 전, BTS의 공연 실황 영화를 보러 갔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공연에 열광할까.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마침 최근 한겨레 기사에서 BTS ‘아리랑’ 북미 투어가 84만 명을 동원하고, 지난달 공연 수익만 1148억 원에 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거대한 숫자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연이라는 형식이 지닌 본질적인 힘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BTS 아리랑이 던진 질문, 우리는 왜 공연에 열광하는가

공연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하나의 의식(ritual)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왔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나 아프리카 부족의 원형 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음악과 춤을 통해 신과 소통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다. BTS의 콘서트가 단순한 팬미팅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객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순간에 환호하며 유대감을 느낀다. 이는 디지털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라이브 공연 관람 시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치가 혼자 음악을 들을 때보다 3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이 호르몬들은 행복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공연에 중독되는 생물학적 이유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갈증이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투어를 재개했고,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2022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Eras Tour’는 미국에서만 460만 장의 티켓을 판매했고, 대기자 수는 1400만 명에 달했다. 특히 BTS의 경우 팬덤 ‘아미’의 결집력이 유독 강한데, 이는 단순히 음악적 취향을 넘어 서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에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BTS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그 현장에서 느낀 것은 ‘우리’라는 소속감이었다. 옆자리의 낯선 사람과도 곧바로 대화가 통하고, 함께 후렴을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공연장에서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순간, 한국인과 외국인, 젊은이와 중년 모두가 하나가 된다.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고, 같은 멜로디와 리듬이 우리를 연결한다.

내가 본 공연 실황 영화에서도 그 장면은 압권이었다. 객석 가득 찬 관객들이 스마트폰 불빛 대신 손에 쥔 카드 섹션으로 물결을 만들었다. 그 움직임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이었다. 실제로 BTS의 카드 섹션은 2018년 ‘Love Yourself’ 투어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팬들이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통이 되었다. 좌석마다 다른 색의 카드를 들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이 퍼포먼스는, 마치 거대한 인간 모자이크 예술과도 같다.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라이브의 힘이구나’를 절감했다. 음악이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아리랑’의 후렴구에서 객석 전체가 하나 되어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 감동은 유튜브 영상으로는 절대 전해지지 않는, 바로 그 자리에서만 가능한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연에 그토록 열광할까. 심리학자들은 공유된 감정 경험(shared emotional experience)이 인간의 행복감을 증폭시킨다고 말한다. 혼자 음악을 들을 때와 수천 명이 함께 듣고 춤출 때의 쾌감은 차원이 다르다.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사회적 유대감이 강화되고, 이는 중독성 있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통증 역치가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BTS의 공연이 단순한 쇼가 아니라 힐링의 장이 되는 이유다. 많은 팬들이 콘서트 후 ‘인생이 바뀌었다’거나 ‘우울증이 나았다’는 후기를 남기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공연 산업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암표 문제가 심각해졌다. BTS 공연의 경우 정가 20만 원대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2023년 미국에서만 암표 시장 규모가 5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는 공연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해치는 요소다. 진정한 팬이라면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공연법’ 개정을 통해 암표 처벌을 강화하고, 예매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티켓 양도를 제한하거나, 예매자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블록체인 기반의 티켓 시스템이나 동적 가격 책정 같은 대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암표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공연이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관이나 게임 IP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공연도 등장했다. ‘군체’ 좀비 테마 공연이나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실감형 콘텐츠가 그 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인터랙티브 공연이 한국에서 개최되어 관객들이 실제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스토리에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 예술이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은 공연의 경계를 더욱 허물 것이다. 이미 일부 아티스트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콘서트를 열어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BTS의 성공은 단순히 K팝의 글로벌화를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84만 명의 관객이 북미에서 ‘아리랑’을 함께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선 공연의 보편적 힘을 증명한다. 특히 ‘아리랑’이라는 한국의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인과 함께 부른 것은,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글로벌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 경험을 통해 인간 본연의 연결 욕구를 채워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공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음 주에도 또 다른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 그날도 나는 다시 한 번 ‘라이브의 힘’을 느끼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공연에 열광하는 이유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