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근길에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티빙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익숙한 서비스에서 터진 일이라 더 충격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OTT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보안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유출로 인해 상당수 이용자의 이름, 이메일, 로그인 정보 등이 노출됐다고 한다. 나는 문득 내가 쓰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얼마나 안전한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OTT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대형 플랫폼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 그때마다 기업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고가 터진다. 문제는 이용자들의 인식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다’는 체념이 퍼지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티빙 사태는 달랐다. 피해 규모가 크고, 특히 유료 구독자가 많은 서비스였기 때문에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이 갔다.
더 큰 문제는 유출 이후의 대응이다. 많은 기업이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상황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한다. 이번 티빙의 경우도 초기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안고 며칠을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에 2차 피해 우려도 컸다. 실제로 보안 전문가들은 유출된 정보로 피싱 메일이나 스미싱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문득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관한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작년에 읽었던 『데이터의 배신』이라는 책인데, 데이터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왜곡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저자는 개인정보가 단순히 ‘정보’가 아니라 ‘자아’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한다. 그 말이 맞다. 우리가 OTT에 남긴 시청 기록, 결제 정보, 심지어 검색어조차도 우리의 취향과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런 데이터가 유출된다는 건,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벌거벗은 채 노출되는 것과 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OTT 업계의 보안 체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비밀번호를 암호화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보관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 필요 없는 데이터는 바로 파기하거나, 익명화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식이다. 실제로 해외 일부 OTT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 원칙을 도입해 서비스 초기 단계부터 보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나는 요즘 OTT 서비스를 가입할 때 개인정보 제공 범위를 꼼꼼히 확인한다. 필수 정보만 주고, 선택 정보는 최대한 제한하는 식이다. 또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2단계 인증을 설정하는 것도 기본이 됐다. 주변에 물어보면 ‘귀찮다’는 반응이 많지만, 한 번 유출되면 복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할 만한 일이다.
이번 사건은 또한 OTT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플랫폼이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광고를 타겟팅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은 개인정보 활용에 크게 의존한다. 만약 규제가 강화되거나 이용자들이 데이터 제공을 꺼리게 된다면, 기존의 수익 구조는 위협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문득 책을 읽는 행위와 OTT를 보는 행위의 차이가 궁금해졌다.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어떤 책을 빌렸는지 도서관이나 서점만 알 뿐, 그것이 마케팅에 악용될 일은 거의 없다. 반면 OTT에서는 내가 본 콘텐츠가 즉시 데이터로 축적되고, 그걸로 나를 분석한다. 물론 편리함이라는 대가지만, 그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히 섞어 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신뢰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업은 투명하게 대응하고, 이용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데이터가 곧 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 유출은 곧 나의 일부가 유출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