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하늘을 나는 여인’展이 화제다. 주부에서 예술가로 날아오른 앨리스 브래드퍼드의 회고전인데, 전시장을 나서는 내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40대 직장인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나는, 그녀의 작품 앞에서 문득 내 안에 잠든 무언가를 깨우고 싶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브래드퍼드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대 중반에 미술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자유로운 비상을 주제로 하는데, 단순한 구상화 너머에 ‘구속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사실 나도 비슷한 시기에 독서와 블로그를 시작했다. 아이 키우고 회사 다니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고 싶었고, 책장을 넘기며 다른 세계를 상상하곤 했다.

이 전시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예술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기만의 날개’를 펼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브래드퍼드가 처음 붓을 잡았을 때 그녀의 나이는 마흔여섯이었다. 그녀는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단순한 결심으로 캔버스 앞에 섰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결심이 지금의 회고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 ‘40대면 이제 늦었다’거나 ‘주부가 무슨 예술가냐’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브래드퍼드의 사례는 인생의 전환점이 언제든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최근에는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오히려 이 시기를 ‘두 번째 도약의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40대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이 꽤 있다. 한 동료는 퇴근 후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지난해 소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다른 지인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서 주말마다 클래스를 운영한다. 나 역시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 차인데,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이 공간이 큰 위안이 된다. 독서 후기를 쓰면서 나만의 시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브래드퍼드의 작품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비상(飛翔)’이라는 주제를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여인의 모습은 자유로우면서도 우아하고, 때로는 투쟁하는 듯한 역동감이 느껴진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여성은 항상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지만, 그림 속에서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가 독서를 통해 얻는 느낌과도 닮아 있다. 책을 읽을 때면 사회적 역할이나 나이에서 잠시 해방되어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계를 탐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가 더욱 각별한 이유는 전시장 구성에도 있다. 관람객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벽면에 붙이는 참여형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당신은 어떤 날개를 꿈꾸나요?’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수많은 쪽지에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 ‘퇴사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같은 소박한 꿈부터 ‘세상을 바꾸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까지 담겨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독서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블로거가 되고 싶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물론 새로운 도전에는 현실의 벽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간과 비용, 주변의 시선, 그리고 자기 의심까지. 브래드퍼드 역시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와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사는 인생,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텼고, 결국 그녀의 날개는 세상에 알려졌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그녀는 이후 왕립아카데미에서 전시회를 열고 여러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
이 전시를 다녀온 후 나는 몇 가지를 결심했다. 첫째, 매주 하나씩 새로운 책을 읽되, 내가 평소에 잘 안 읽던 장르에도 도전할 것. 둘째, 블로그에 내 일상과 생각을 더 솔직하게 담아낼 것. 셋째,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기만의 날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응원할 것. 전시장에서 본 그 많은 쪽지들이 말해주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날고 싶어 한다. 그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붙잡는 것, 그것이 인생의 후반부를 의미 있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책과 콘텐츠, 그리고 삶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나눌 생각이다. 브래드퍼드의 작품이 그랬듯,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책장을 넘기며 내 안의 날개를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