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동아일보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카리나도 쓰는 ‘2초 일상’……10·20대가 빠진 SNS ‘셋로그’’라는 제목이었죠. 처음에는 ‘셋로그’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읽다 보니 요즘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SNS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은, 이게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독서와 기록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셋로그는 ‘설정’과 ‘로그’의 합성어로, 사용자가 자신의 일상을 2초짜리 짧은 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에스파 멤버 카리나도 이 서비스를 사용 중이라고 하네요. 동아일보의 해당 기사를 보면 셋로그가 기존 SNS와 다른 점은 ‘극도의 간결함’에 있다고 합니다. 2초라는 시간은 사실상 한 컷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 비슷한데, 영상이라는 점이 살짝의 움직임을 더해 생생함을 준다고 해요. 실제로 셋로그를 사용해보니, 아침에 마신 커피 한 모금, 지하철에서 본 풍경, 책상 위 메모장 등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2초로 압축하는 재미가 있더군요. 특히 카리나가 올린 영상은 무대 뒤 대기실에서의 짧은 표정 변화나 연습실에서의 몸풀기 동작 등 팬들이 평소 보기 어려운 순간을 담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평소에 블로그에 책 리뷰를 쓰면서 긴 글에 익숙한 편인데, 이런 트렌드를 접하니 약간의 위기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여전히 긴 글을 읽을까? 독서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습니다. 셋로그 같은 플랫폼이 오히려 ‘기록’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죠. 기록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더 깊이 있는 기록인 독서나 에세이 쓰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셋로그에서 인기를 끄는 ‘오늘의 한 줄’ 챌린지를 보면, 사용자들이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2초 영상과 함께 한 줄 문장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마치 독서 감상문의 한 문장 버전 같아서, 기록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출판계에서는 짧은 글 모음집이나 ‘한 문장 에세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영하 작가의 ‘일기’나 정세랑 작가의 SNS 글 모음집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를 볼 수 있죠. 이는 독자들이 짧고 간결한 형식에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한다는 증거입니다. 셋로그도 마찬가지로, 2초 영상 안에 자신만의 시선이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결국 ‘관찰력’과 ‘표현력’을 요구합니다. 이는 글쓰기의 기본기와도 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셋로그에서 유명한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은 인터뷰에서 “2초 안에 모든 걸 담으려면 평소에 사물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시인이 짧은 시구에 많은 의미를 압축하는 것과 비슷한 훈련이죠.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은, 요즘 사람들은 ‘정보 과잉’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그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어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작정 베스트셀러를 따라 읽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나 필요한 지식에 맞춰 책을 고르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셋로그가 인기인 이유도 비슷합니다. 2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게 나와 관련 있는 콘텐츠인가’를 판단하기 쉬워서일 거예요.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20대의 70% 이상이 SNS에서 콘텐츠를 볼 때 3초 이내에 관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셋로그는 이에 정확히 부합하는 형식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디어가 대신 골라주던 정보를 이제는 개인이 직접 골라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셋로그에서 유명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보는 것도 일종의 큐레이션이고, 제 블로그에서 책을 추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필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필터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세분화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팔로우하는 셋로그 크리에이터 중에는 ‘아침 루틴’만 전문으로 올리는 분이 있는데, 그분의 2초 영상을 보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이는 마치 개인 맞춤형 북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더 깊은 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 책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셋로그에서 본 ‘일본 여행’ 영상에 꽂혀서 관련 여행 에세이나 일본 문화를 다룬 책을 찾아 읽는 식이죠. 이렇게 짧은 콘텐츠가 긴 콘텐츠로 이어지는 ‘온보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셋로그에서 본 한 크리에이터의 ‘도서관 데이트’ 영상에 감명받아, 그가 들고 있던 책을 찾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은 ‘책은 도끼다’라는 에세이였는데, 2초 영상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책이었죠.
실제로 한 출판사 관계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은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된 짧은 영상이나 밈이 책 판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원작 소설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셋로그도 마찬가지로, 어떤 인플루언서가 책을 읽는 2초 영상을 올리면 그 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한 출판사 마케터는 “셋로그에서 특정 책이 등장한 후 일주일 만에 판매량이 3배로 늘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짧은 영상이 얼마나 강력한 전환 채널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고, 오히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일 거예요. 저도 블로그를 하면서 긴 글만 고집하기보다는, 간혹 짧은 영상을 곁들여 독서 후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꽤 좋아서 앞으로도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1분 독서 리뷰’라는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책의 핵심 문장 하나를 2초 영상으로 보여준 후 블로그에 자세한 후기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영상을 보고 블로그 글을 클릭해주더군요.
결국 중요한 것은 ‘기록’과 ‘공유’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입니다. 셋로그는 그 욕구를 2초라는 극한의 형식으로 해결한 사례고, 독서는 좀 더 오래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두 가지는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보완 관계에 있다고 봐요. 저는 앞으로도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면서, 때로는 셋로그 같은 새로운 트렌드도 반영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야 진짜 ‘잡식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이 살아있을 테니까요.
여러분도 혹시 셋로그 같은 짧은 기록에 관심이 있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 주제에 관한 책을 한 권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2초의 영상이 2시간의 독서로 이어지는 경험, 생각보다 꽤 재미있을 거예요.